월간 오디오 Hubble 리뷰(2010년3월)

         

        음색 표현, 리듬감, 공간감, 정위감 등 최상의 음향 표현
        Sutherland / Hubble

        _글 조홍근


        아주 작은 신호를 몇 백배에서 몇 천배까지 증폭시켜야 하는 포노 EQ는 잡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포노 EQ가 아무리 소리가 달콤하고 저역이 단단하든 고역이 나긋나긋하던 간에 잡음이 귀에 들리게 되면 제 아무리 비싸도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실제 시중에는 멀리서도 험이 ‘뿌~’ 하고 들리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메이커의 포노 EQ가 그 브랜드의 아우라와 일부 애호가의 무조건적인 숭배로 말미암아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포노 EQ의 첫 번째 덕목은 높은 S/N, 즉 조용해야 한다.

        조용해야 함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제작자들이 저마다의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포노 EQ를 교류 전원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 독립 전원을 채용하는 것인데, 배터리를 전원으로 쓰면 된다. 이미 30여 년 전에 마크 레빈슨의 JC-1DC라는 헤드 앰프가 이런 방법을 채용했지만 포노 EQ에까지는 적용하지 못했다. 전원으로 건전지를 쓰는 포노 EQ 중에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서덜랜드이다. PhD는 서덜랜드의 레퍼런스 포노 EQ 5년 전 출시된 이래 그 뛰어난 음질과 높은 가격대 성능비로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필자 역시 본지를 통해 PhD를 리뷰하고 그 성능에 반해 4년여 동안 스테레오 음반을 위한 포노 EQ로 애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새로운 포노 EQ가 나왔다고 한다. 2009 CES에 처음 선을 보였다고 하는데 드디어 국내에 수입되었다. 그 이름은 허블(Hubble)이다. 허블은 지구 궤도상에 올려져 있는 천체 망원경으로, 전자파, 먼지, 방해 전파, 빛 오염 등으로 인해 지상의 망원경으로는 관측 불가능한 천체를 심도 있게 관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허블의 홈페이지에 가면 지상의 천체 망원경으로는 그저 암흑으로만 보이는 흑색 공간이 허블로 관측하게 되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은하계가 꽉 차 있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다른 포노 EQ로 들을 때는 무덤덤한 흑색의 음의 세계가 이 포노 EQ를 통하게 되면 거기에 아름다운 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허블’이라고 명명했을 것이다.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그럴까? 또 하나 특기할 사실은 허블은 PhD의 상급기가 아니라 동급 후속기로 허블이 나옴으로 해서 PhD는 단종되었다는 것이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지 않았다. 제품에 대단히 자신이 있으면서도 양심적인 업체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외관은 전작인 PhD에 비해 더 납작하고 깊다. 전면 패널은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으로 아주 단순해졌다. 우측 하단에 자그마한 토글스위치와 4개의 LED 램프가 보인다. 뒷면에는 금도금으로 마감된 RCA 단자가 돌출되어 있다. 섀시는 예나 지금이나 무거운 ㄷ자형 금속판으로 되어 있다. 내부를 보면 D셀 알카라인 건전지가 16개가 들어가는 함이 한쪽에 있고, 다른 한쪽에는 포노 EQ 기판이 배치되어 있다. 허블은 구성이 완전한 스테레오라는 것이 특징이다.

        두 개의 모노 기판을 상하로 겹쳐서 배열했는데, 음의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모든 신호 경로의 길이가 동일하며 심지어 기하하적으로도 대칭이다. 그 결과 상대 신호가 서로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방지했다고 한다. 참고로 스테레오 분리의 완벽도는 두 귀에 도착하는 음악 신호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공간감과 정위감의 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편의성도 전작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다양한 카트리지의 외부 부하에 거의 다 반응할 수 있게 로딩 카드가 기본으로 여러 장 포함되어 있다(100, 200, 475, 1000, 4.75, 10, 카드 미장착 시 47). 45, 50, 55, 60dB의 게인 카드가 제공되는데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쓰는 애호가에게는 좀 미진한 옵션이다. 다행히 PhD처럼 따로 하이 게인 카드를 주문 생산한다고 한다.

        PhD
        는 스위치가 없고 음악 신호가 카트리지로부터 들어오면 자동으로 켜질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그러나 나처럼 0.2mV 정도의 저출력 MC를 쓰게 되면 처음에 켜지지 않았다가 소리가 시끄러운 음구에 가서나 겨우 켜지곤 하는 단점이 있었다. 아마도 그런 민원이 많이 들어갔는지 허블에는 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앞면의 우측에 장착된 토글스위치를 우측으로 한 번 당기면 전원이 들어온다. 음악을 듣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노란 불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불이 왼쪽으로 이동한다. 놔두면 알아서 꺼지고 음악을 더 듣고 싶으면 토글스위치를 우측으로 잡아당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냥 끄고 싶으면 아무 때나 스위치를 왼쪽으로 당기면 된다.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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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 동안 귀여움을 받고 있는 PhD와 진검승부를 시작했다. 트랜스피규레이션 오르페우스 L, 트라이플라나 Ⅶ 암, SME 10, 아르젠토 플로우 레퍼런스 인터선(포노-프리), 린 컨트롤 클라이맥스, 비올라 브라보, 이소폰 뉴 카시아노 스피커 시스템을 이용해 청취했다. 비슷한 환경을 위해 PhD의 게인을 62dB로 선택하고 허블은 60dB로 세팅했다. 양쪽 다 외부 부하를 100Ω으로 통일했다. 앙세르메가 지휘한 샤브리에의 관현악곡(Decca, SXL 6168, Stereo, Wideband), 아이작 스턴이 연주한 펜데르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CBS, M35150, Stereo), 주빈 메타가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Decca, SXL 6379, Stereo, Wideband)를 비교 시청했다. 허블을 듣는 순간 바로 PhD의 단점이 들어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만큼 둘 사이의 차이가 확연하다.

        허블은 일단 매우 조용하다. 동일한 볼륨을 얻기 위해 프리앰프의 볼륨을 80까지 올렸는데 전혀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보통 때는 60으로 듣는다). 허블은 매우 나긋나긋하고 유연한 음색을 들려준다. 어느 한 대역에도 맺힘이 없는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는데 대역감이 매우 넓다. 저역의 해상도가 좋아져서 리듬감과 어택이 뚜렷하면서도 경직되어 있지 않다.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의 진행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들려 음악의 아랫도리가 화성적으로 허하지 않다.

        고역의 배음 재생이 탁월해서 악기의 질감이 잘 살아있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거칠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표현된다. 특히 심벌이나 트라이앵글의 찰랑거림의 여운이 공간 내에서 무한 수렴되는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보통의 시스템에선 툭하고 소리 나고 말 드럼의 가죽 소리도 ‘툭툭툭…’하면서 잔향이 오래 남는데 아람누리 같은 좋은 음향홀에서 듣는 것 같다.

        공간감과 정위감도 훌륭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좌우 채널이 상호 간섭하지 않아야 이런 좋은 정위감과 공간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좌우의 펼침은 스피커의 경계를 넘어가고 깊이감도 뛰어나다. 더 놀라운 것은 음원의 높이 차이를 그려낸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3차원적 음향 공간을 그려내는데, 음악은 뒷전으로 하고 그냥 음향을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그러나 허블 역시 진공관 포노 EQ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좋은 진공관 포노 EQ 특유의 향기로운 꿀을 청정한 샘물에 엷게 풀어 놓은 꿀물 같은 매력적인 투명한 중고음은 허블의 갈 길은 아니다. 종합하면 허블은 음색 표현, 리듬감, 공간감, 정위감 등의 음향의 표현에 있어 현존하는 최고의 포노 EQ 중의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수입원 :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 550만원
        ·게인 세팅 : 45dB, 50dB, 55dB, 60dB
        ·카트리지 로딩 : 100, 200, 475, 1, 4.75, 10, 47.5
        ·크기(WHD) : 43.1×8.2×42.5cm
        ·무게 : 9.9kg

         

        HUBBLE 배터리 구동 포노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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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3-12-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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